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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상영 일정 상세

http://library.yonsei.ac.kr/upload/moviesch/image/1541039019137.jpg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상영일 : 2018-11-06, 18:10 ~ 21:00
영화등급 : 12세이상 관람가 12세이상 관람가
장르 : 기타 장르
감독 : 가와세 나오미
주연배우 : 키키 키린, 나가세 마사토시
상영시간 : 113분

:: 멀티미디어 센터 영화 496. 앙: 단팥 인생 이야기 (An) ::
가와세 나오미 / 키키 키린(도쿠에), 나가세 마사토시(센타로) / 일본 / 2015 / 113분
학술정보원 3층 멀티미디어감상실
2018년 11월 6일 화요일, 7일 수요일 오후 6시 10분
※ 영화가 끝난 후 연시와의 대화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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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끔 산책을 하는데 이유는 각자 다르다. 어떤 이에겐 여유로운 하루를 자축하는 즐거움이요 기쁨일 수 있지만 또 다른 이에겐 밖으로 공개되지 않은 치졸한 비밀에 대해 고민하는 몸부림의 시간일 수 있다. 그러나 동기와 의도에 상관없이 높고 맑은 가을 하늘이나 비를 맞아 반짝이는 낙엽, 퇴근 시간에 맞춰 어두워진 저잣거리에 겹겹이 켜진 불빛 같은 것들을 보고 있자면 한결 기분이 좋아지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잠시 우울을 잊는다. 스무살이 되기 전엔 우울하지 않으려면 우울을 동여맨 다음 어디 깊숙하고 어두운 곳에 가둬놓고 잊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머리카락 낀 개수대 위로 차오르는 수돗물 마냥 우울은 갈 곳을 모르고 몸집을 불렸다. 그러나 이제 나는 무엇이든 고이게 해선 안된다는 것을 안다. 우울을 위해서라도 작은 물길 하나를 터주어야 한다. 그 중 산책은 비교적 쉬운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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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책하는 곳은 집 근처 경사 낮은 등산로나 동네 주택가, 그리고 호프집이 모인 왁자지껄한 대학가인데, 그게 지겨우면 수업을 마치고 학교 정문에서 신촌역을 지나 서강대 좀 너머까지 걸어갔다. 그러다 다리가 아플 때쯤 버스를 타고 창가에 앉아 내가 온 길을 거꾸로 돌아가곤 했는데, 그러면 걸어갈 땐 보이지 않았던 풍경들이 보인다. 그 중 하나는 길가에 좌판을 벌이고 계시는 할머니들이었다. 그분들은 서로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간격으로 자리를 잡고 햇땅콩이나 산나물, 더덕 같은 걸 팔고 있었다. 그분들도 집으로 돌아갈 때 적어도 몇 십 미터는 나와 같은 길을 걷겠지만 그것을 산책이라 부를 수는 없다. 산책에 있어 중요한 것은 주위를 보는 것이다. 하나의 목표지점으로 내달리는 것을 산책이라 하지 않는다. 무엇을 보는지도 중요하다. 아름다운 것을 보아야 기분이 좋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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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일 때문에 한 시립 병원의 결핵격리병동을 찾았을 때 방진 마스크 너머로 보였던 첫 광경은, 바퀴 네 개 달린 링겔대를 들들 끌며 원형으로 이어진 복도를 끝도 없이 돌고 있는 환자 무리였다. 짧으면 6개월, 길면 기약이 없는 입원 기간 동안 병원 밖 외출이 절대 허가되지 않아 무료한 탓이었다. 원을 그리며 걷는 환자들에게는 표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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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초 그중 한 명이 병동에서 탈출해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니다 승객의 신고로 병원에 돌아왔다. 열차를 탄 승객이 환자복을 입은 사람이 있다며 역무실에 신고했고 공사 직원이 그를 강제 하차시켰다. 병원으로 돌아와 가장 처음 한 말은 배고프다 였다. 입원 전 노숙 생활을 길게 한 탓에 대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아주 정확한 탈출 동기와 머문 장소를 알 순 없었지만 친누나와 연락이 닿지 않아 직접 찾아갔다고 했다. 누나를 만나지는 못했으나 오랜만의 외출이 무척 만족스러운 듯 들뜬 어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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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세상을 살며 많은 것을 보고, 또 듣는다. 그것은 최소한의 자유이다. 그러나 그 작은 자유마저 빼앗긴 사람들이 있고 이 영화에도 그런 이들을 볼 수 있다. 각자 다른 이유로 격리되어있으나 잠깐의 산책으로 서로를 만나는 시간 동안 그들은 행복하다. 햇살과 바람을 느끼고 낯선 이와 대화하는 것이 큰 감사로 여겨진 적이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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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시 12기 권봉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