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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일정

영화상영 일정 상세

http://library.yonsei.ac.kr/upload/moviesch/image/1477375732452.jpg
11월 정기 상영: 사도
상영일 : 2016-11-02, 18:10 ~ 21:30
영화등급 : 12세이상 관람가 12세이상 관람가
장르 : 기타 장르
감독 : 이준익
주연배우 : 송강호, 유아인
상영시간 : 125분

[11월 멀티미디어센터 정기 상영: 연시와의 대화]

11월 1일 (화요일), 11월 2일 (수요일)
학술정보원 3층 멀티미디어센터 미디어 감상실에서
오후 6시 10분부터
'연시와의 대화' 특별전의 첫번째 영화 '사도'를 상영합니다.
많이 보러오세요 :)

*영화 상영이 끝나고 연시인들과 대화의 시간이 있으니 많은 참여부탁드립니다!



[소개글]

보내지 못한 서신(가제)
 
『나는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 날 만났고
내가 짓지도 않은 이 이름으로 불렸네
걷고 말하고 배우고 난 후로 난 좀 변했고
나대로 가고 멈추고 풀었네』

이소라, Track9.

 
당신은 조선의 왕이었습니다. 언제나 완벽해야 했고, 그러기에 자신은 물론 주변에도 심히 철저했던 왕. 결점은 정신을 지배했고 정신은 행동을 지배했고 결국 주변을 지배했습니다. 까탈스러울 정도로 당신은 흠이 없어야 했습니다. 모르지 않습니다. 신하들 눈치를 보게 된 것이, 형이 죽은 것이, 천하다는 말을 듣는 것이 어찌 당신의 뜻이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지나치게 철저했던 것. 모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완벽한 사람, 완벽한 군주를 향해 달려가는 당신의 길에 나는 무엇이었습니까? 나의 존재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였습니까? 당신의 기를 살리고 떳떳하게 만들어줄, 당신이 완벽한 왕이 되기 위한 수단 그 이상은 아니었습니까? 항상 당신에 눈에 비친

나는 조선의 세자였습니다. 아니면 당신의 세자였겠죠. 나는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 세자가 되었고, 원하지 않았던 교육을 받고 적응할 수 없는 생활을 해야만 했습니다. 어머니의 품이 간절한 아이였을 때 나는 어머니의 품에 있지 못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다 한들 시강원에 가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무술에 마음껏 심취할 수도 없었고, 신하들 앞에서 창피를 당해야만 했습니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죄다 할 수 없었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었고, 해야만 하는 것들 투성이었습니다. 모두 당신이 만든 그 세자라는 이름 때문이지요. 너무 답답했습니다. 갑갑하고 막막하고 착잡했습니다. 나의 존재는 그렇게, 반드시 부정당해야 할 운명이었습니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누구라도 죽이지 않고 해치지 않으면 마음의 병을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겁이 났고 화가 났고 두려웠고 무서웠고 울화가 치밀었습니다. 그 순간들이 찾아오기 전에 가장 절실하게 필요했던 건, 그 순간들을 막을 수 있었던 존재는

나의 아버지 당신이었습니다. 내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기라도 했다면, 당신의 마음을 꾸밈없이 얘기해주기라도 했다면, 적어도 이해하려는 노력이 느껴졌다면. 나를 세자가 아닌 자식으로 대했더라면. 하지만 당신은 끝내 나의 앞에서도 군주라는 이름을 아버지라는 이름보다 앞세웠습니다. 그것 뿐이었습니까. 언제나 내 탓이었지요. 나의 존재 때문입니다. 당신의 기대와 다르게 성장한 것이 나의 성질 탓입니까 당신의 기대 탓입니까? 신하들 눈치를 놓지 못하는 것이 내 탓입니까? 대비마마가 세상을 떠난 것이 내 탓입니까? 내가 이렇게 무서운 괴물이 되어버린 것이 온전히 내 탓입니까? 예. 다 내 탓입니다. 나 때문입니다. 당신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지요. 그래야만 했겠죠. 나에게 아버지는 기대야 할 품이 아니라 마주하고 견뎌야 할, 도망치고 싶은 세계였습니다. 요람이 아닌 감옥이었고, 따뜻하기보다 차가웠습니다. 소스라치게 혐오하게 되었고, 마주치기 싫었습니다. 무서웠습니다. 어찌 당신은 나를, 나는 당신을 그렇게 미워하게 된 것입니까. 그럼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나는 당신의 아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아니 아들이고 싶었습니다. 나의 존재를 부정 당하게 하는 당신의 말을 들었을 때에도, 가슴을 마주 할퀴는 당신의 말을 들었을 때에도, 원치 않았던 삶을 살면서도 아버지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이유는 당신의 따뜻한 눈길 한번, 다정한 말 한마디라도 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시기에, 내가 당신의 손에 처분을 당할 때는 아들이더군요. 평생을 조선의 세자, 당신의 세자로 살다가, 나의 삶이라는 것은 단 한 순간도 펼쳐보지 못한 채, 당신의 세계에 갇히고 얽혀서 나의 모습은 꼬일 대로 꼬여버린 시점에, 삶의 끝자락에선 결국 아들이더군요. 내 삶은 그렇게 당신으로부터 태어났고 당신의 손에 끝이 났습니다.

정녕 나의 탄생이 비극에 시작이었고, 나의 죽음은 비극의 끝이었습니까.

정녕 우리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습니까.

정녕 이 삶은 비극이었습니까.
 
 
-연시 9기 양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