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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 하
상영일 : 2018-12-06, 18:10 ~ 20:00
영화등급 : 15세이상 관람가 15세이상 관람가
장르 : 기타 장르
감독 : 노아 바움벡
주연배우 : 그레타 거윅, 믹키 섬너
상영시간 : 86분

:: 멀티미디어 센터 영화 503. 프란시스 하 (Frances Ha) ::
노아 바움백 / 그테라 거윅(프란시스), 믹키 섬너(소피) / 미국 / 2014 / 86분
학술정보원 3층 멀티미디어감상실
2018년 12월 6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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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에 이르는 것보다 그곳에 이르는 과정이 진짜 여행이니 과정을 즐겨라’고들 한다. 정말? 솔직히 굉장히 명랑한 기분이 되지 않고서야 과정에는 그다지 즐길만한 구석을 찾기가 어렵다. 대개는 춥고, 피곤하고, 가난하다.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과 보내버리고 만 버스들의 뒤꽁무니를 바라보다 보면 황망한 기분에 빠지기도 십상이다. 미세먼지와 버스의 배기가스에 숨이 막히고 손과 발은 시리다. 그뿐만이 아니다. 과정을 즐기라는 말은 대개는 이미 어딘가에 도달해 세상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의 입에서 나왔기에 더욱 비뚤어진 마음이 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종류의 손쉬운 위로의 말을 들었을때처럼 약이 오른다. 끝이 보이지 않는 달리기에 낭만 따위는 없다. 황망하고 불안한 마음을 애써 괜찮은 척하느라 힘줘가며 하루를 보내다가 그만 지쳐버리기라도 하면 얼마나 끔찍한지 모른다. 마음 편히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들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오래된 흑백 영화처럼 이어진다. 

<프란시스 하>의 프란시스도 길 위의 ‘청춘’이 대개 그렇듯이 역시 춥고 서럽고 황망한 ‘과정’을 지나고 있다. 하지만 여타의 ‘청춘영화’와 다르게 이 영화의 낮과 밤이 잘 구분되지 않는 어두컴컴한 흑백의 장면들은 결코 따사롭고 아름답게 젊음을 예찬하지 않는다. 그 대신 마치 ‘나도 과정을 겪어봤는데 말이야 지금 생각해보니까 더 창피하다’며 나란히 누운 깊은 밤 어두운 흰 천장에 자신의 옛날이야기를 두런두런 그려낸다. 

“어어 너도 버지니아 울프 읽었니. 자기 자신이 되라구 그리고 자기만의 방을 가지라고 한 그 말. 나도 그 말을 가슴에 새겼어. 아이고 근데 말이야 간단명료하게 보이던 그게 얼마나 힘들던지. 이 도시에 내 몸 뉘일 한 곳 찾고 매달 월세 내는 것부터가 정말 까마득하게 어려웠어. 그리고 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나름 용기를 내고 기다려도 기회는 오지 않더라. 은행 수수료 3달러에 심장이 덜컥거린 주제에 갑자기 혼자 여행을 간다고 설쳤다가 돈 낭비 시간 낭비만 하고 온 적도 있었어…..”

이런 이야기가 이어지는 <프란시스 하>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젊은이의 멋짐 따위는 찾을 수 없다. 심지어 우당탕 여기저기 부딪히고 다니는 프란시스의 망신은 우리의 몫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영화는 동시에 묘하게 유쾌하고 또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크레딧이 올라갈땐 조금 춤을 춰보고도 싶다. 세상이 끝날 것 같은 절망에 빠져들지 않는 것이다. 신기하다. 왜냐하면 과정 속의 우리는 알기 때문이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어두운 새벽의 공포를 안다. 실패의 차갑고 날카로운 칼날이 보이지는 않지만 느껴지는 것도 같은 두려움을 안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상처받은 마음을 끌어안고 절망에 빠져 골방에 숨어버리곤 하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영화는 우리의 창피한 모습들을 늘어놓으면서도 절망에 빠져들지 않는 균형을 맞추어낸다. 그 비밀은 영화를 보며 직접 찾아보는 게 어떨까 권해본다.

나는 지난 1월 1일에 2018년에는 쓸모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일기장에 꾹꾹 눌러썼다. 하지만 구구절절한 우당탕탕으로 가득했던 2018년이 끝나가고 한 해를 정리하기 시작한 지금 아직도 쓸모를 찾지 못한 나의 흑백 영화는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춥고 가난하다. 사실 가난하진 않다. 돈이 없다며 영화관에 가는 게 아까워 노트북을 붙들고 살지만, 이 영화가 멀티미디어 실에서 틀어질 그 시간 나는 제주의 바다를 보러 여행을 떠나 있을 것이다. 창피하지만 그렇다. 또 새벽이 유독 길때는 목적지에 이르는 것보다 과정이 중요한거지(끄덕끄덕) 라며 과정 속의 하루에서 기쁨을 찾아보자고 스스로에게 중얼거리기도 한다. 불안하고 힘들다고 징징거리면서 또 동시에 (아직 연시는 모르는 일이지만) 올해 연시 송년회에서는 데이비드 보위의 모던 러브(엔딩 크레딧 노래)를 크게 틀고 같이 춤을 추려는 계획도 세웠다.

<프란시스 하>는 2018년 연시가 고른 올해의 상영작이자 2018년 마지막 상영작이다. 영광스럽게 발제자가 되어(자원했다) 괜스레 감사 인사를 올려야 할 것 같다. 감사하다.

그럼 2018년 한해 고생 많았고 2019년에도 물론 고생은 많겠지만 부디 건강하기를 바란다. 주로 나에게 하는 말이지만 당신에게도 같은 마음을 전하고싶다. 

-연시 10기 성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