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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괴짜 박물관

정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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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유형단행본
서명/저자사항(유럽의) 괴짜 박물관 / 정진국 글·사진
개인저자정진국
발행사항파주 : 글항아리, 2009
형태사항343 p. : 천연색삽화 ; 21 cm
ISBN9788993905144
언어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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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등록번호 청구기호 소장처 도서상태 반납예정일 예약 매체정보
1 00011791496 069.094 009가 [신촌]도서관/인문자료실(중도2층)/ 대출가능

책 소개

책소개 일부

서울과 파리에서 조형예술과 미학을 공부한 미술평론가가 전하는, 유럽의 독특한 박물관 기행기. 루브르 박물관 등 잘 알려진 대형박물관이 아니라, 유럽 구석구석 소도시나 촌에 아늑하게 위치한 소형박물관을 발굴해서 소개했다.

이런 아웃사이더적 예술기행은 박물관에 대한 지은이 나름의 철학에서 기인되었다. 그는 박물관이 “삶의 전당포”라고 생각한다. 삶의 소중한 일부였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용도가 폐기되고 저당잡힌 물건들이 자기를 찾아올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곳이 바로 박물관 아니겠냐는 것이다.

기념비적인 예술품들이나 역사적 인용도가 풍부한 공적 물건들을 자랑스레 펼쳐 보인 대형 박물관에서는 관광객 자신이 구경거리가 되는 반면 작은 박물관에서는 명장과 이름없는 장인의 이야기에 느긋하게 귀를 기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몇몇 유명 예술가에 국한되고 과장되기도 한, 명품과 걸작을 보는 우리의 안목도 달라진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전문가의 시각으로 관찰한 박물관의 구조와 전시방법, 유물들의 갖춤새와 짜임새 등은 각 박물관이 갖고 있는 철학과 삶의 스타일을 듬뿍 맛보게 해주며, 사진작가로서 찍은 건축예술로...

책소개 전체

서울과 파리에서 조형예술과 미학을 공부한 미술평론가가 전하는, 유럽의 독특한 박물관 기행기. 루브르 박물관 등 잘 알려진 대형박물관이 아니라, 유럽 구석구석 소도시나 촌에 아늑하게 위치한 소형박물관을 발굴해서 소개했다.

이런 아웃사이더적 예술기행은 박물관에 대한 지은이 나름의 철학에서 기인되었다. 그는 박물관이 “삶의 전당포”라고 생각한다. 삶의 소중한 일부였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용도가 폐기되고 저당잡힌 물건들이 자기를 찾아올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곳이 바로 박물관 아니겠냐는 것이다.

기념비적인 예술품들이나 역사적 인용도가 풍부한 공적 물건들을 자랑스레 펼쳐 보인 대형 박물관에서는 관광객 자신이 구경거리가 되는 반면 작은 박물관에서는 명장과 이름없는 장인의 이야기에 느긋하게 귀를 기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몇몇 유명 예술가에 국한되고 과장되기도 한, 명품과 걸작을 보는 우리의 안목도 달라진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전문가의 시각으로 관찰한 박물관의 구조와 전시방법, 유물들의 갖춤새와 짜임새 등은 각 박물관이 갖고 있는 철학과 삶의 스타일을 듬뿍 맛보게 해주며, 사진작가로서 찍은 건축예술로서의 박물관 외관, 유물들, 그 유물들을 보거나 지나치는 사람들의 모습은 산책하며 사유한 지은이의 내면을 재현해준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일부

우리가 평생 가보지 못할 수도 있는,
그 존재조차 모르고 지나칠지도 모르는
작고 아름답고 진귀한 괴짜박물관 이야기


1__ 저자는 루브르 박물관 등 잘 알려진 대형박물관이 아니라, 유럽 구석구석 소도시나 촌에 아늑하게 위치한 소형박물관을 발굴해서 소개했다. 유럽엔 자그마한 박물관들이 정말 많다. 그런데 국내 소개되는 책들은 대부분 관광객들이 몰리는 대형박물관 위주다. 첫 번째 글에서 소개되는 알리스 타베른 박물관은 시골 가정집을 통째로 박물관화 한 것이다. 여기엔 이 집의 여주인이었던 알리스 타베른이 모은 그 지역 풍물에 관련된 물건들이 가득하다. 각종 농기구부터 아이들의 장난감, 뱀술과 고기 잡던 어망까지. 18세기 프랑스 농촌 부르주아의 삶이 고스란히 보존된 곳이다. 우리가 가보지 못한 곳, 그 존재조차 모르는 소규모 박물관들이 그 주변에 살았던 삶을 품고서 인류의 관심을 기다린다는 사실은 푸근하고 애틋하다. 저자가 다녀온 박물관의 상당수는 농촌과 어촌에 위치한, 기차를 갈아타고 물어물어 찾아가야 하는 곳들이기 때문에 더욱 우리에게 소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 관련 episode
프랑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전체

우리가 평생 가보지 못할 수도 있는,
그 존재조차 모르고 지나칠지도 모르는
작고 아름답고 진귀한 괴짜박물관 이야기


1__ 저자는 루브르 박물관 등 잘 알려진 대형박물관이 아니라, 유럽 구석구석 소도시나 촌에 아늑하게 위치한 소형박물관을 발굴해서 소개했다. 유럽엔 자그마한 박물관들이 정말 많다. 그런데 국내 소개되는 책들은 대부분 관광객들이 몰리는 대형박물관 위주다. 첫 번째 글에서 소개되는 알리스 타베른 박물관은 시골 가정집을 통째로 박물관화 한 것이다. 여기엔 이 집의 여주인이었던 알리스 타베른이 모은 그 지역 풍물에 관련된 물건들이 가득하다. 각종 농기구부터 아이들의 장난감, 뱀술과 고기 잡던 어망까지. 18세기 프랑스 농촌 부르주아의 삶이 고스란히 보존된 곳이다. 우리가 가보지 못한 곳, 그 존재조차 모르는 소규모 박물관들이 그 주변에 살았던 삶을 품고서 인류의 관심을 기다린다는 사실은 푸근하고 애틋하다. 저자가 다녀온 박물관의 상당수는 농촌과 어촌에 위치한, 기차를 갈아타고 물어물어 찾아가야 하는 곳들이기 때문에 더욱 우리에게 소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 관련 episode
프랑스 생 루이 레 비치에 위치한 ‘크리스털 박물관’에서의 일이다. 박물관 샵에서 크리스털 술잔을 하나 골라들고 계산하려 하자 카운터 아주머니가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봤다. 농담으로 “비밀”이라고 하자 아주머니는 정색으로 애원하듯 예쁜 척을 하며 “정말 가르쳐줘야 한다”고 했다. 컴퓨터가 갖춰진 이래 수요 파악을 위한 정보를 수집한다는 게 이유였다. 저자는 남한에서 왔다고 ‘남’을 강조해서 말하자 아주머니 왈 “개장 이래 첫 번째 한국 손님이네요.” (본문 277쪽)

2__ 회화나 조각, 고문서 등 미술품 위주의 박물관 관람이 아니라, 생활 도구 등 ‘물건’이라 통칭할 만한 것들을 보관중인 ‘물건 박물관’만을 골라서 여행했다는 점이다. 꼭두각시 인형을 모은 ‘마리오네트 박물관’(리옹), 신발과 신발을 그린 그림만 모은 ‘신발 박물관’(로망), 선박과 관련된 것들을 모은 ‘해양 박물관’(제노바), 그릇을 모은 ‘도자 박물관’(파엔차)을 비롯해 시계, 빗, 플라스틱, 크리스털부터 인쇄와 관련된 것을 모으고 납활자를 녹여서 시연까지 할 수 있게 한 ‘인쇄 박물관’(낭트)까지 기이하고 존재감 있는 괴짜들이다.
이런 아웃사이더적 예술기행은 박물관에 대한 저자의 철학에서 기인되었다. 그는 박물관이 “삶의 전당포”라고 생각한다. 삶의 소중한 일부였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용도가 폐기되고 저당잡힌 물건들이 자기를 찾아올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곳이 바로 박물관 아니겠냐는 것. 기념비적인 예술품들이나 역사적 인용도가 풍부한 공적 물건들을 자랑스레 펼쳐 보인 대형 박물관에서는 “관광객 자신이 구경거리가 된다.” 반면 작은 박물관에서는 명장明匠과 이름없는 장인의 이야기에 느긋하게 귀를 기울일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몇몇 유명 예술가에 국한되고 과장되기도 한, 명품과 걸작을 보는 우리의 안목도 달라진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시중에 떠도는 정보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눈으로 사물을 들여다볼 여유를 찾는다는 것.

* 관련 episode
브장송에서 오요나로 ‘빗 박물관’을 찾아가던 저자는 목적지 지근이라고 판단되는 곳에서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기사는 유럽통합 때문에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불평이 대단하다. 그러던 그가 묻는다.
“그런데 당신 팔자 좋수다. 거긴 왜 가시오?”
“팔자는 무슨… 일 때문에, 박물관이 있다 해서요.”
“무슨 박물관?”
“머리빗”
“아, 그 구석에 그런 게 다 있었나. 볼만할까? 아니 저쪽 골짜기 마을에 담뱃대 박물관엔 나도 가봤지요. 해적들이 빨던 것도 있고, 모로코 물담배도 멋이 있더구먼.” (본문 185쪽)
대충 대화가 이렇다. 나중에 알고 보니 택시기사는 1968년 그르노블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스키점프 선수였다. 아무튼 중요한 건, 그 지역에 오래 산 그도 미처 몰랐던 빗 박물관을 다녀온 저자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는 것이다.

3__ 오랜 기간 미학을 연구한 미술평론가로서 관찰한 박물관의 구조와 전시방법, 유물들의 갖춤새와 짜임새 등은 각 박물관이 갖고 있는 철학과 삶의 스타일을 듬뿍 맛보게 해주며, 독특한 세계를 구축한 사진작가로서 찍은 건축예술로서의 박물관 외관, 유물들, 그 유물들을 보거나 지나치는 사람들의 모습은 산책하며 사유하는 차분한 저자의 내면을 유감없이 재현한다. 사물들이 놓여있는 바깥과 그것을 반추하는 안이 앞문과 뒷문을 열어놓은 것처럼 시원하게 상통하는 글쓰기의 묘미는, 어지러운 초보들의 감탄이나 느닷없는 역사지식으로 덧칠하는 뚱뚱한 현학취미와는 차원이 다르다. 또한 젊은 시절 오랜 유학경험과 수십 차례 유럽을 오가며 보고 듣고 느낀 것이 쌓이고 쌓였다가 쏟아져 나온 이번 책의 언어들은 저자가 내부인에 가까운 외부인(이를테면 박노자 같은?)으로서 유럽의 변화를 가늠하고 갈무리하고 비판하고 연민하게 만든다. 해박한 시선 앞에서 유럽 문명은 그 먹고사니즘의 ‘레알’을 날것으로 드러내며, 한사코 감탄하기만을 거부하는 ‘차가운 열정’은 상업화되어가는 유럽 자본주의의 문화적 전위대들을 향해 내려꽂힌다. 기차를 타고 이동할 때는 유럽의 변화된 정치사회적인 상황들이 곱씹어지고, 도시에 내렸을 때는 카페 웨이터들이 뜨내기 손님을 대하는 방식으로 지방의 민심을 읽어내는 식이다.

* 관련 episode
“강변로를 따라 리옹으로 들어섰다. 구시가지 맞은편 강변로 안쪽 골목을 따라 늘어섰던 훌륭한 식당들은 흔적만 남겨졌다. 쾨쾨한 치즈와 돼지기름 냄새며 레몬에 다시 초를 친 새콤하고 쌉쌀한 냄새, 오향과 오리 구운 데 바른 간장 냄새... 그 모든 고약한 풍미를 압도하는 고수라든가 사프란 향은 하나도 맡을 수 없다. 가끔 샌드위치 굽는 빵에 눌러붙는 양파 냄새만 풍긴다.... 그토록 많은 베트남, 중국, 알제리 식당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본문 39쪽)
“과연 가슴 뭉클해지는 걸작이 있었다. 프랑수아 봉뱅(1817~1887)의 1876년 작 유화 <예비군 병사의 신발>. 보불전쟁 때 출전한 예비병의 훈련화를 그렸다. 힘든 행군에 피에 젖은 상처를 감싸던 붕대 조각이 떨어져 나왔다. 이 군화는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군화보다 과장이 덜하고 그만큼 진솔하다.”(본문 65~67쪽)
“...작은 역들을 대폭 없앴다. 통합 이전에는 가까운 국경을 넘나들던 열차마저 끊겼다. 요즘은 코앞에 두고서도 몇백 리를 돌아가야 한다. 벨기에와 프랑스 국경지역의 주민들이 겪는 고통이다. 그러니 통합이 오히려 가깝던 이웃 나라 주민들 더욱 멀어지게 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본문 72쪽)
“반면에 수영장미술관은 신통치 않다. 사람들은 북적대고 즐거워한다. 하지만...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우리네처럼 물이 좋은 나라의 사우나탕 같다고 할까.” (본문201쪽)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축소판 범선 ‘산타 마리아’ 호가 돛을 올리고 있다. 첫인상으로서 실망스럽다. 에스파냐, 세비아에 있는 것과 단번에 비교되기 때문이다. 크기가 어중간해 아예 작으니만 못하다. 그렇다고 올라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본문 90쪽)

4__ 박물관을 옆구리에 낀 여행서적이라는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인간이 ‘기억하는 것을 통해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곳곳에서 일깨운다. 그리고 기억의 다양한 방식을 반추하는 돋보이는 내면 연작이다. 땅을 파서 발굴한 물건을 박물관에 보존하는 행위는 “아이가 장난감을 부수며 재미있어 하는 것처럼이나 본능적”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물건이 우리의 일부이기도 하겠지만 우리 삶과 존재 자체도 우리가 쓰는 물건의 일부”라고 본다. 그에게 물건들은 곧 삶의 연장된 형태다. 따라서 저자는 박물관에서 만나게 되는 삶의 다양한 형태들에 주목한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콩스탕탱 뫼니에 박물관에 보존된 작품들은 청동으로 주물한 ‘일하는 사람들’이다. 부두와 제철소에서 일하는 사람, 들판에서 씨를 뿌리는 사람, 갱도에서 탄을 캐는 광부들, 모두 우람하다. “이마에 땀을 흘리면서 일하며, 난관에 부딪히며 살아가야 할 운명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위대한 침묵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오래되고 숭고한 자세가 여기에 있다.”(본문 238쪽) 저자는 청동 주물장이자 가장 덜 알려진 조각가인 콩스탕탱 뫼니에의 삶을 그들 중의 하나의 삶을 불러내면서 죽는 날까지 조용히 하루하루의 일에 충실했던 그의 삶에 경의를 표한다. “그는 천천히 무르 익혔고, 경박하고 의도적인 자기선전이나 타산적인 계산도 할줄 몰랐다. 대단한 보상을 거둔 것도 아니다. 그의 삶은 침묵과 조용한 자기 집중뿐이다.”

* 관련 episode
“알리스 타베른이란 여인이 26개의 방으로 분류하고 정리한 끝에 문을 연 ‘농민과 장인 박물관’은 인류학이나 박물관학에서도 그 가치를 따질 수 없는 한 시대, 한 고장의 삶을 통째로 보존하고 있다. 가장 작은 쐐기 하나, 바늘이나 실꾸러미 하나 놓치지 않았다. 한 여성의 삶의 축을 따라 움직이는 방식이다. 방대한 물건의 세계가 한 시대, 한 여인의 삶을 따라 전개된다. 어린 시절부터 죽을 때까지 자기 생애사의 순서를 따랐다. 만약 생물학자 린네가 다시 살아나 이곳을 본다면 뭐라고 할까” (본문 30~31쪽)

4__ 마지막으로 이 책의 미덕은 이방의 것을 통해 우리의 현재를 되돌아본다는 점이다. 과연 우리는 우리와 함께 역사를 함께 해온 ‘생애의 물건’들을 어떻게 대접하고 있는가. 저자는 인형 박물관에 놓인 일본 인형이 앙증맞고 세련되었지만 선뜻 정이 가지 않는다고 털어놓는다. 그 이유는 물론 논리적인 것은 아니다. 식민 치하에서 우리 자신의 귀중한 일부가 무참히 잘려나갔기 때문이다. 특히 꼭두놀음 같은 민중극을 즐기던 예인의 맥이 끊긴 것은 사회생활의 불가피한 변화라기보다 의도적, 강압적인 식민 정책의 결과였다는 게 저자의 인식이다. “이런 만행은 어린 여동생의 인형을 빼앗아 높은 나뭇가지 위로 집어던져 그 마음의 상처로 다시 웃을 줄 모르게 만들었던 오빠의 몹쓸 짓거리 같다.” (본문 52쪽) 아프리카부터 인디언 인형까지 전시해놓은 리옹의 인형 박물관에 우리의 풀각시 인형은 없었다.

* 관련 episode
“텅빈 마당으로 나와 둘러보려니까, 지지고 볶고 번잡하기 짝이 없는 서울역 옆의 염천교 생각이 난다. 근방의 구둣방들은 지금도 여전하다. 가죽처럼 질긴 생명력이다. 과거 시골에서 밤열차를 타고 상경한 사람들은 그곳에 들러 흙 묻은 검정 고무신을 벗어던지고 새것처럼 광이 나는 헌 구두를 사 신고는 했다. 손재주 좋다는 소리를 듣는 우리가 염천교 그 어디쯤에 가교라도 올려 구두박물관 같은 것을 개장할 수 있을까? 선술집 광고 문안을 새긴 나무 구두주걱 같은 것도 구해다놓고, 만화경 같은 무늬로 짚을 엮은 것이든, 다양한 깔창도 구해다놓고 말이다.” (본문 69쪽)
“우리는 몇 해 뒤에 열릴 여수 만국박람회를 준비하고 있다. 바다와 연안이 주제인데, 우리는 물건이 없다. 옛 선박, 세계적 자랑거리라는 거북선은 물론이고, 흔한 판옥선 하나, 옛 거룻배 하나 남지 않았다. 목포의 해양 박물관을 제외한다면 변변한 유물이 없다. 그 넓은 박람회장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역사를 제외한 채 다시 한바탕 영상쇼나 벌이지는 않아야 할 텐데...” (본문 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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