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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자본 : 소액금융과 개발의 패러다임

Roy, Anan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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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유형단행본
서명/저자사항빈곤자본 : 소액금융과 개발의 패러다임 / 아나냐 로이 지음 ; 김병순 옮김 ; 조문영 해제
개인저자Roy, Ananya
김병순
조문영
발행사항서울 : 여문책, 2018
형태사항448 p. : 삽화 ; 22 cm
원서명Poverty capital :microfinance and the making of development
ISBN9791187700241
서지주기참고문헌(p. 407-434)과 색인수록
수상주기폴 다비도프상, 2011
언어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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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등록번호 청구기호 소장처 도서상태 반납예정일 예약 매체정보
1 00012069932 332 018교 =2 [신촌]도서관/사회·역사자료실(중도3층)/ 대출가능
2 00012059382 332 018교 [신촌]도서관/인문자료실 서비스 데스크(중도2층)/지정도서 지정도서

책 소개

책소개 일부

‘소액금융’을 둘러싼 현실의 민낯과 다양한 시각, 전망을 드러내는 한편, 기존 자본주의 금융체계가 ‘빈곤자본’을 통해 세계의 빈민들을 공정하고 정당한 조건으로 포용해낼 것인지, 소액금융이 오히려 기존의 투기적 금융자본과 약탈적 자본주의의 불길에 기름을 부어 가난한 사람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빚을 지게 만드는 것은 아닐지 하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의 공유도 촉구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소액금융을 ‘빈곤자본’이라고 개념화한다. 빈곤자본은 단순히 돈을 빌려서 부를 생산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또한 지식을 생산하는 일이기도 하다. 소액금융의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식을 로이는 ‘빈곤지식poverty knowledge’이라고 명명하는데, 이는 빈곤자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소액금융은 모든 개발의 만병통치약이다. 소액금융이 어디든 있다는 이런 생각은 수많은 개발기구와 이론가가 그들이 지향하는 다양한 이념과 무관하게 모두 빈곤문제를 풀 수 있는 중요한 해법의 하나로 소액금융을 칭송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세계적 거부 빌 게이츠로 대표되는 ‘창조적 자본주의’의 지지자들은 소액금융이 ‘영리를 통해 빈곤을 근절...

책소개 전체

‘소액금융’을 둘러싼 현실의 민낯과 다양한 시각, 전망을 드러내는 한편, 기존 자본주의 금융체계가 ‘빈곤자본’을 통해 세계의 빈민들을 공정하고 정당한 조건으로 포용해낼 것인지, 소액금융이 오히려 기존의 투기적 금융자본과 약탈적 자본주의의 불길에 기름을 부어 가난한 사람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빚을 지게 만드는 것은 아닐지 하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의 공유도 촉구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소액금융을 ‘빈곤자본’이라고 개념화한다. 빈곤자본은 단순히 돈을 빌려서 부를 생산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또한 지식을 생산하는 일이기도 하다. 소액금융의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식을 로이는 ‘빈곤지식poverty knowledge’이라고 명명하는데, 이는 빈곤자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소액금융은 모든 개발의 만병통치약이다. 소액금융이 어디든 있다는 이런 생각은 수많은 개발기구와 이론가가 그들이 지향하는 다양한 이념과 무관하게 모두 빈곤문제를 풀 수 있는 중요한 해법의 하나로 소액금융을 칭송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세계적 거부 빌 게이츠로 대표되는 ‘창조적 자본주의’의 지지자들은 소액금융이 ‘영리를 통해 빈곤을 근절하는’ 시장의 글로벌 정치경제학이라고 주장한다.

빈곤에 대해 말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삶 자체에 대해 말하지는 않는다. 빈곤자본의 역학관계를 밝히고 ‘새천년 개발’이라는 역사적 순간을 기록한다. 그러기 위해 이 책은 극빈의 조건 아래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대신에 빈곤을 근절하기 위한 자본과 전문지식을 창출하는 사람들에게 주로 초점을 맞춘다. 이 연구는 빈곤을 관리하는 사람, ‘풍요의 시혜’를 통제하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며, ‘아래’가 아니라 ‘위’, 즉 빈곤문제를 연구하고 관리하는 전문가들과 대면한 결과물이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일부

자본주의의 출현 이래로 가장 중요한 경제현상이 된 소액금융,
그 세계와 개발의 민주화를 둘러싼 글로벌 지식-권력의 정치학


『빈곤자본』은 빈곤에 관해 권위 있는 지식을 생산하고 빈곤완화의제를 설정하는 빈곤문제 전문가들이 소액금융이라는 세상을 구성해가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다. (중략)
아나냐 로이는 제도권 지식인인 자신을 포함해서 더 나은 세계를 바라며 소액금융의 현장에서 씨름하는 전문가들을 ‘이중행위자double agent’라 부른다. 이들은 “권력체계의 안팎에 동시에 존재하면서 대개 현재의 상황에 연루되어 있지만, 또한 때때로 기존의 사회통념에 도전하려고 애쓰는 개인과 기관들”을 통칭한다. 이중행위자는 ‘빈곤자본’을 가치화하는 작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한편, ‘빈곤자본’이 유통되는 세계에 대한 집요한 비판 역시 멈추지 않는다. 그리하여 ‘작은 세상’에 잡음을 내고, 자신이 ‘하는 일이 그 일을 낳는 구조의 방어를 통해서만 의미를 얻는’ (허위나 배신이라기보다) ‘공모’의 퍼포먼스를 수행한다.
이 책의 독자들 상당수도 ‘이중행위자’에 포함될 것이다. 그라민은행이 가난한 사람들을 분열시킨다는 좌파의 주장에 맞...

출판사 제공 책소개 전체

자본주의의 출현 이래로 가장 중요한 경제현상이 된 소액금융,
그 세계와 개발의 민주화를 둘러싼 글로벌 지식-권력의 정치학


『빈곤자본』은 빈곤에 관해 권위 있는 지식을 생산하고 빈곤완화의제를 설정하는 빈곤문제 전문가들이 소액금융이라는 세상을 구성해가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다. (중략)
아나냐 로이는 제도권 지식인인 자신을 포함해서 더 나은 세계를 바라며 소액금융의 현장에서 씨름하는 전문가들을 ‘이중행위자double agent’라 부른다. 이들은 “권력체계의 안팎에 동시에 존재하면서 대개 현재의 상황에 연루되어 있지만, 또한 때때로 기존의 사회통념에 도전하려고 애쓰는 개인과 기관들”을 통칭한다. 이중행위자는 ‘빈곤자본’을 가치화하는 작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한편, ‘빈곤자본’이 유통되는 세계에 대한 집요한 비판 역시 멈추지 않는다. 그리하여 ‘작은 세상’에 잡음을 내고, 자신이 ‘하는 일이 그 일을 낳는 구조의 방어를 통해서만 의미를 얻는’ (허위나 배신이라기보다) ‘공모’의 퍼포먼스를 수행한다.
이 책의 독자들 상당수도 ‘이중행위자’에 포함될 것이다. 그라민은행이 가난한 사람들을 분열시킨다는 좌파의 주장에 맞서, 또 빈둥대는 사람들만 늘린다는 우파의 주장에 맞서 방글라데시의 한 지역 지도자가 건넨 말을 독자들 일부도 곱씹게 될 것이다. “혁명은 죽은 사람들과 함께 일어날 수 없어요.” 이 말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을 살게 하는 방법,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방법이 반드시 금융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봄직한 여러 갈래의 방법 가운데 왜 소액금융이 최선의 해법 중 하나로 등장했는지, 워싱턴 DC에서 방글라데시까지, 레바논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한국의 시민사회까지 왜 NGO 종사자들이 대출조건을 셈하는 게 관행이 되었는지 제대로 질문할 필요가 있다. 『빈곤자본』은 이 지식-권력의 동학을 충실히 담아낸 수작이다.
-조문영,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 소액금융은 빈곤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인가,
아니면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자유시장 이데올로기를 위한 시녀에 불과한가?


유엔은 2005년을 국제 소액신용대출의 해로 지정했다. 이듬해에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과 무하마드 유누스가 공동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노벨상위원회는 그들이 ‘아래로부터의 경제적·사회적 개발’을 창조했음을 인정했다. 위원회는 “영원한 평화는 거대 인구집단이 가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이루어질 수 없다. 소액대출은 그러한 방법들 가운데 하나다”라고 밝혔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소액금융은 저명한 경영대학원 교수 프라할라드가 ‘피라미드의 맨 밑바닥’이라고 이름 붙인 사람들(하루에 1달러 25센트도 안 되는 소득으로 생활하는 14억 명)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방법을 제공하면서 어쩌면 자본주의를 구할지도 모를 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다.
『빈곤자본』의 저자 아나냐 로이는 글로벌 빈곤연구의 선두적인 학자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4년 동안 그라민은행을 비롯해 CGAP(빈곤층을 위한 금융자문그룹)·도이치뱅크·USAID(미국 국제개발처)·헤즈볼라 같은 기관과 다양한 개발단체, NGO, 재단, 기업, 로비단체, 대학, 사회운동단체, 의회기구의 소액금융 분야에서 활동하는 광범위한 관계자들 중 신중하게 선별한 인물을 대상으로 120차례 넘는 인터뷰와 다섯 건의 생활사 연구를 수행해 2010년에 이 책을 출간했으며, 2011년에 사회정의를 앞당기는 도시계획 연구에 수여하는 폴 다비도프상을 받았다.
아나냐 로이는 이 책에서 소액금융을 ‘빈곤자본’이라고 개념화한다. 빈곤자본은 단순히 돈을 빌려서 부를 생산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또한 지식을 생산하는 일이기도 하다. 소액금융의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식을 로이는 ‘빈곤지식poverty knowledge’이라고 명명하는데, 이는 빈곤자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소액금융은 모든 개발의 만병통치약이다. 소액금융이 어디든 있다는 이런 생각은 수많은 개발기구와 이론가가 그들이 지향하는 다양한 이념과 무관하게 모두 빈곤문제를 풀 수 있는 중요한 해법의 하나로 소액금융을 칭송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세계적 거부 빌 게이츠로 대표되는 ‘창조적 자본주의’의 지지자들은 소액금융이 ‘영리를 통해 빈곤을 근절하는’ 시장의 글로벌 정치경제학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소액금융의 무익함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소액금융이 실제로 빈곤을 완화하기보다는 ‘사람들의 심금을 파고드는 것’에 성공했을 뿐이라는 주장, 더 나아가 소액금융이 빈민을 빚의 굴레에 옭아매고 의존성만 키우는 해악을 끼친다는 주장, 소액금융기관이 비인간적인 약탈행위를 한다는 주장, 소액금융은 금융 분야의 자유화를 심화하는 동시에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이며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의 대안이 아닌 시녀로서 구조조정이라는 파괴적 프로그램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한다는 주장 등의 비판이 그렇다. 이렇듯 소액금융은 그 개념화에서부터 격렬한 찬반 논쟁에 휩싸여 있으며, 소액금융과 개발을 둘러싼 글로벌 지식-권력의 주도권 싸움은 상상 이상으로 치열하다.
이 책은 빈곤에 대해 말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삶 자체에 대해 말하지는 않는다. 소액금융의 작동방식을 다루고, 그와 관련된 여러 프로그램의 효과를 평가하고, 그러한 접근방식의 가치를 논의하는 책은 많이 있다. 그런 학문적 연구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이 책의 목적이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빈곤자본의 역학관계를 밝히고 ‘새천년 개발’이라는 역사적 순간을 기록한다. 그러기 위해 이 책은 극빈의 조건 아래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대신에 빈곤을 근절하기 위한 자본과 전문지식을 창출하는 사람들에게 주로 초점을 맞춘다. 이 연구는 빈곤을 관리하는 사람, ‘풍요의 시혜dispensation of bounty’를 통제하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며, ‘아래’가 아니라 ‘위’, 즉 빈곤문제를 연구하고 관리하는 전문가들과 대면한 결과물이다.
한마디로 이 책은 빈곤자본과 개발의 민주화를 둘러싼 지식과 권력의 정치학을 다룬다는 점에서 기존의 빈곤 관련서들과 큰 차이가 있으며, ‘소액금융’이라는 창을 통해 글로벌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오늘날의 자본주의 자체를 이야기하는 역작이다.

◆ 누가 소액금융을 지휘하고 통제하는가

1983년 방글라데시의 경제학자 무하마드 유누스가 세운 그라민은행은 가난한 여성들로 구성된 소집단이 적정한 이자율로 소액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간소한 신용대출 영역을 새롭게 열었다. 이러한 신용대출모델은 담보를 요구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가난한 사람을 배제하는 공식적인 은행체계와 가난한 사람을 등쳐 먹는 비공식적 금융체계를 대체할 수 있다. 그라민은행은 빈민들에게 본디 ‘기업가 정신’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소득이 발생하면 그러한 대출금은 자연스럽게 상환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렇듯 소액금융은 남반구에서 처음 나타난 개념으로, 나중에 북반구의 산업국 개발기구가 수용한 보기 드문 개발방식 중 하나이며, 지금은 세계적으로 선호하는 빈곤완화책으로서 개발을 위한 일종의 만병통치약이 되었다.
빈곤완화와 여성의 역량강화를 약속하는 소액금융은 비영리기관의 영역이자 자본과 금융의 신개척지로 여겨진다. 소액금융은 이제 단순한 개발의 영역에서 벗어나 대출상품으로서의 산업이 되었다. 이러한 개발의 금융화를 가속화한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빈곤에 관한 워싱턴 컨센서스’였다. 워싱턴 DC의 주도 아래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제도와 규율이 시행되었고, 잇따른 소액금융펀드의 등장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투자에 밀접한 영향을 받게 된 소액금융은 대출과 관련된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신용제도를 기반으로 하는 대출을 모방했으며, 그 결과로 소액금융자본의 흐름은 또한 대개 전 세계적으로 투자 위험 대비 수익이 높은 일부 소수의 소액금융기관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로이가 주목하는 것은 소액금융이 세계화되는 과정이나 결과가 아니라 그것의 기반이 되는 ‘권위 있는 지식’이다. 빈곤층을 위한 금융자문그룹CGAP은 볼더라는 소액금융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소액금융의 핵심은 높은 이자율에 있고 ‘민주화된 자본’의 필수적 요소라고 ‘기정사실화’한다. 이는 소액금융이 상업은행으로 흡수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확장하고 전파시킨다. 자연히 ‘인간개발’보다 ‘영리추구’에 더 힘이 실리게 된다. 로이는 워싱턴 내부에서 이러한 기정사실화를 비판하고 저항하는 ‘이중행위자’가 분명히 존재함을 보여준다. 그들은 워싱턴 컨센서스를 정당화하기도 하지만 문제를 제기해서 제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로이는 수많은 소액금융 전문가를 인터뷰하고 그들에게 권위를 부여하는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가하면서 이들 사이에 숨어 있는 ‘이중행위자’를 찾아낸다. 그들은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워싱턴에 속해 있지만 그라민과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려고 시도한다는 점에서 ‘빈곤자본의 갈라진 틈새’ 속에서 ‘공모’의 퍼포먼스를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로이는 또한 빈곤에 관한 지식 헤게모니를 워싱턴에 선취당한 방글라데시 컨센서스를 분석한다. 그라민은행과 브락BRAC으로 대표되는 방글라데시의 소액금융은 초기 CGAP의 이념의 바탕이 되었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그라민모델은 워싱턴으로부터 제기된 실효성을 파악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빈곤에 관한 사실’을 주도하지 못하고 워싱턴에 그 권력을 빼앗긴다. 로이는 이러한 워싱턴과 방글라데시 사이의 헤게모니 이동을 단순한 이념전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라민모델이 자본주의의 확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방글라데시 내부에 엄연히 존재했기 때문이다. 비판이 거듭되는 상황에서도 방글라데시 모델은 마이크로크레디트 정상회의 캠페인을 통해 극빈층 여성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들의 자립에 도움을 줌으로써 그라민모델이 여전히 제대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경제적 기준으로 그라민모델을 비판하는 워싱턴 컨센서스에 맞서 인간개발을 내세운 것이다. 방글라데시 컨센서스의 주된 목표 중 하나는 인간개발을 위한 기반시설의 확충이다.
미국의 언론들은 방글라데시 모델이 원조자금에 의존하며 빈민들이 대출한 돈은 인간개발이 아닌 식품 구매에나 쓰인다고 비판해왔다. 그러나 로이는 이러한 비판에 내재한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금융위기 당시 월스트리트 또한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받았으며 개발금융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소액대출이 식품 구매에 이용되는 것은 오히려 방글라데시 모델이 갖고 있는 사회적 보호 기능을 보여준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 ‘공짜 돈’은 어떻게 오염되는가

방글라데시와 워싱턴 컨센서스를 각각 분석하고 빈곤에 관한 ‘사실’이 어떻게 정립되었는지를 살펴본 후, 로이는 이러한 두 갈래의 소액금융 패러다임이 중동지역에서 어떻게 실패하게 되었는지를 분석한다. 로이는 중동에서 특히 두 군데, 레바논과 이집트를 선택한 이유로 이집트는 미국의 자본과 사상에 흠뻑 젖어 있는 곳이고, 레바논은 그곳의 가장 중요한 개발기구가 시아파 민병대인 헤즈볼라이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대량살상무기’로 비롯된 테러와의 전쟁을 겪고 있는 중동지역은 글로벌 빈곤의 최전선으로 부각되면서 소액금융이 마치 ‘대량구제무기’처럼 투입되었다. 하지만 빈곤층을 위한 소액금융은 중동이 미국에 의존하게 만듦으로써 단순한 개발의 퍼포먼스로 전락했다. 예를 들어 이집트는 USAID의 주도 아래 빈곤 여성을 앞세운 소액금융을 시행했지만 결과적으로 보조금이라는 ‘공짜 돈’으로 이집트의 개발 분야를 ‘오염’시켰다. 미국은 소액금융 이전에도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는 일종의 군사원조로 대부분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데 쓰인다.
또한 레바논의 경우는 2006년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시아파의 빈민가뿐 아니라 레바논 자체를 지켜낸 승리자로 떠오른 헤즈볼라가 재건과 개발의 주요 주체로 자리 잡았지만, 그들이 내건 ‘자애로운 대출’은 팔레스타인 난민들까지 적극 수용하지는 않는다. 로이는 이 같은 현실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결론짓는다. “헤즈볼라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슬람의 대안이 아닌 것처럼 지정학적으로 관련된 외부 세력에 대한 토착적 대안도 아니다. 헤즈볼라는 바로 이런 세력의 산물이며 헤즈볼라의 개발사업은 수단에 불과하다. 따라서 헤즈볼라가 레바논의 팔레스타인 난민을 통합하려는 노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341쪽)

로이의 이러한 연구결과는 남반구의 다른 나라들은 물론 중동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한 우리의 시각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그녀의 이름으로

소액금융의 핵심 대상은 빈민 여성이다. 새천년 개발의 핵심 주제는 젠더이며, 젠더 평등과 여성의 역량강화는 개발의 궁극적 목표다. 소액금융은 가부장체제에서 여성이 경제활동을 하게 하거나 주택 용지를 여성 명의로 등록하게 하는 방식으로 여성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이 대출받은 돈을 남성에게 전달하는 역할에 불과하거나 가부장체제에서 쉽게 도망치지 못하는 여성의 처지를 이용하는 등 가부장제를 공고히 하고 불평등을 더욱 강화할 수도 있다. 로이는 소액금융의 세계에서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작동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동시에 그러한 비판이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페미니스트 비판가들이 여성의 역량강화, 즉 대출금에 대한 관리?감독을 성공의 주된 지표로 보는 시각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로이는 이러한 소액금융의 양상을 ‘정책의 여성화’라고 부른다. 여성의 역량강화를 목표로 하는 개발이 역으로 젠더 불평등을 재생산하고 여기에서 여성은 새로운 형태의 노동을 강요받는 일종의 개발도구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논란에도 여성이 새천년 개발의 중심이 된 이유가 분명히 존재함을 로이는 강조한다. 소액금융이 가난한 여성을 사업가로 전환시킴으로써 경제적?성적 평등을 이끌어내고 부채의 고리에서 해방시키는 일을 부분적으로나마 수행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 빈곤자본의 시대에 요청되는 긴급한 질문들

세계은행은 일찍이 ‘방글라데시 역설’에 주목해왔다. ‘방글라데시 역설’이란 오랫동안 ‘경제무능력 국가’로 비난받아온 방글라데시가 최근 들어 저소득 국가 사이에서 인간개발과 경제개발의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현실을 가리킨다. 애초 방글라데시에서 시작된 소액금융이 빈곤퇴치의 도구이자 동시에 금융수단이라는 사실 자체가 소액금융의 태생적 역설이다.
“오늘날 소액금융운동에는 정말 불가사의한 역설이 존재한다. 우리 비정부기구가 가난한 사람이 지금까지 그토록 갈망했던 금융서비스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실패한 바로 그 기존 금융업계의 기준을 따라가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 시장이 가난한 사람들을 구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은 글로벌 금융산업의 역사적 사실이다.” (140쪽)
무엇보다 ‘인권으로서의 신용대출’을 주장했던 유누스의 생각이 이제는 세계은행과 IMF 같은 워싱턴 기반의 국제기구가 주장하는 시장 근본주의와 동일한 것으로 여겨진다는 사실이야말로 잔인한 역설이다.
이러한 역설이 엄연히 존재하는 지금 이 시대에 요청되는 긴급한 질문들이 있다. 첫째, 오늘날 시장은 제대로 작동하는가? 둘째, 한 형태의 자본을 다른 형태의 자본으로 전환시킴으로써, 로이가 ‘빈곤자본’이라고 불렀던 것을 낳는 개발방식은 무엇인가? 셋째, 개발은 현대 세계의 불평등 지형을 어떻게 다룰 것이며, 개발에서 빈민 여성의 역할은 무엇인가?

『빈곤자본』은 ‘소액금융’을 둘러싼 현실의 민낯과 다양한 시각, 전망을 드러내는 한편, 기존 자본주의 금융체계가 ‘빈곤자본’을 통해 세계의 빈민들을 공정하고 정당한 조건으로 포용해낼 것인지, 소액금융이 오히려 기존의 투기적 금융자본과 약탈적 자본주의의 불길에 기름을 부어 가난한 사람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빚을 지게 만드는 것은 아닐지 하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의 공유도 촉구한다. “빈곤은 이제 어떻게 보이기 시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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