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소개 일부
이건, 어쩌면 여러분 인생의 스포일러
정성과 순종을 걷어차는 남여사의 분투기!
집에서 먹으면 그게 곧 집밥이며,
로봇청소기는 사랑과 행복일지니
살림이 정성이라는 타령은 이제 그만!
‘존재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옆집 언니’
우아하고 명랑한 중년의 비망록
“오드리 헵번으로 태어나진 못했지만
헵번처럼 늙어가리라.”
주방의 기름때를 차근차근 닦고, 엄마표 꽈리고추볶음을 위해 고추를 천천히 손질하는 어느 주부 유튜버의 영상이 있다. 그 영상을 800만 명이 넘게 보며 위안을 받는 세상이다. (유튜브 채널 ‘하미마미Hamimommy’) 미국에선 어느 아버지가 넥타이를 매는 법, 면도하는 법을 유튜브에 올려 수백만 명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Dad, how do I?’) 사람은 영국 여왕이나 귀하디귀한 핏줄이 아니고서는, 장을 보고 식단을 짜고 청소와 빨래를 하고 아이들을 돌보고 돈을 버는 일을 해야 한다. 또 삶의 아주 작은 디테일들에 대해서 따뜻하게 알려주고 ‘이럴 땐 이렇게 해봐’라고 말해줄 수 있는 존재를 필요로...
출판사 제공 책소개 전체
이건, 어쩌면 여러분 인생의 스포일러
정성과 순종을 걷어차는 남여사의 분투기!
집에서 먹으면 그게 곧 집밥이며,
로봇청소기는 사랑과 행복일지니
살림이 정성이라는 타령은 이제 그만!
‘존재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옆집 언니’
우아하고 명랑한 중년의 비망록
“오드리 헵번으로 태어나진 못했지만
헵번처럼 늙어가리라.”
주방의 기름때를 차근차근 닦고, 엄마표 꽈리고추볶음을 위해 고추를 천천히 손질하는 어느 주부 유튜버의 영상이 있다. 그 영상을 800만 명이 넘게 보며 위안을 받는 세상이다. (유튜브 채널 ‘하미마미Hamimommy’) 미국에선 어느 아버지가 넥타이를 매는 법, 면도하는 법을 유튜브에 올려 수백만 명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Dad, how do I?’) 사람은 영국 여왕이나 귀하디귀한 핏줄이 아니고서는, 장을 보고 식단을 짜고 청소와 빨래를 하고 아이들을 돌보고 돈을 버는 일을 해야 한다. 또 삶의 아주 작은 디테일들에 대해서 따뜻하게 알려주고 ‘이럴 땐 이렇게 해봐’라고 말해줄 수 있는 존재를 필요로 한다. 큼직큼직한 이념과 선언 같은 것들 아래로 꽈리고추볶음을 만드는 일과 행주를 소독하는 법, 막힌 배관을 뚫고 넥타이를 매는 일상이 있다. 누군가는 해야 하고, 알려주어야 하는 작고 소박한 일들이 있다. 그런 일들은 우리를 한 사람의 어른으로 만들어준다.
『곤란할 땐, 옆집 언니』는 마흔여섯 나이의 작가 남수혜가 전하는 ‘어른의 인생론’이다. 평범한 사십대 중반 주부이자 일하는 여자 남수혜는 이 책에서 무엇도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그저 자기가 살아왔던 이야기들을 유쾌하고 명랑하게 들려준다. 남수혜에게 이 세상에서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다. 남수혜는 모든 일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을 수 있고, 자기만의 즐거움과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녀는 시장에서 두 손에 짐을 잔뜩 들고 돌아오며 여왕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사람이고, 가족을 먹일 10kg이 넘는 고기를 썰면서 나름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바흐의 <파르티타>를 듣는 사람이다. 남수혜는 시어머니와 시아버지에게 순종하지 않고 분연히 일어나면서도 그들과 오랜 애정과 신뢰를 쌓을 줄 아는 사람이고, 전설 같은 마법의 주문 ‘간설파마후참깨!’(간장, 설탕, 파, 마늘, 후추, 참기름, 깨소금)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즉석국이 대체 무슨 죄가 있느냐고 세상을 향해 되묻는 여성이다. 집에서 먹으면 그게 곧 집밥이니, 일하는 여성들과 엄마들에게 밥을 직접 차려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걸 절대로 느끼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빨강머리 앤이 아줌마가 된 후에도
유쾌하고 신명난 이야기는 이어진다
<빨강머리 앤>의 열렬한 팬이었던 남수혜는 절대로 이 세상에 ‘순종’하지 않았다. 앤이 자길 놀리던 길버트를 석판으로 내리치던 것처럼, 자신과 논쟁이 붙자 주먹으로 친 남학생에게 같이 주먹을 휘두르던 어린 시절의 남수혜였다. 그녀는 그런 패기와 자신감을 잊지 않고 어른이 되었다. 이상한 꼼수로 월급도 제대로 주지 않으려던 회사와 맞서고, ‘딸이 있어야 한다’는 이 세상의 말들을 논리적으로 박살내고, 모성애를 강요하는 사회에 일침을 놓으며 엄마 되기의 진정한 의미를 고백한다. 또 남수혜는 우리에게 묻는다. 여자가 광어나 도다리도 아닌데 도대체 왜 그렇게 자연산, 자연미인만 찾는 것인가? 아니, 여자들이 힘 쏟는 노력의 백분의 일이라도 기울이는 남자들은 왜 그렇게 찾기 힘든가? 그리고 바깥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돌아와 나물과 밥을 비벼 입에 퍼넣는 드라마의 뻔한 장면들은 어떤가? 나물을 화날 때 대충 때워서 먹는 음식으로 자리 잡게 한 드라마 작가들은 과연 나물을 만드는 데 드는 각고의 과정을 알고 있는 것인가? 남수혜는 여자는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이 사회의 목소리에 당찬 반기를 든다. 입으로 반기를 드는 게 아니라, 로봇청소기와 식기세척기와 건조기를 돌리며 반기를 든다. 남들이 뭐라든 그 아름다운 반려가전들에게 맡길 건 맡기고, 그 시간에 가족과 나 자신을 더 돌보라고. 워킹맘이라면 밖에 나가서 마음껏 일하라고.
그렇지만 세상을 향해 불같이 화를 낼 줄 아는 그녀는 이 세상을 미워하지 않는다. 남수혜는 세상과 타인을 자기 품으로 끌어안는다. 그녀는 시어머니와 9박 10일 여행을 가서 제일 신명나게 놀 줄 알았고, 자신이 다녔던 회사들의 청소하는 여사님들, 급식 조리사님들과 누구보다 따뜻한 우정을 나누는 것에 익숙했다. 남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남수혜는 월급쟁이 생활에 지친 남편에게 “내가 너의 세 배 이상을 벌어다주마”라고 큰소리를 떵떵 치면서, 아내와 남편이 가끔은 덮어놓고 서로에게 엄마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여성이다. 또 집안일에 지칠 때 낡은 잔에 마시는 진득한 커피에서, 엄마와 자신을 잇는 싱크대 위의 그 둥근 순환을 되짚을 줄 아는 사람이다. 남수혜는 어떻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책에도 등장하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어쩌면 그녀가 아이들을 키우며 계속 직업을 이어가는 음악의 힘이 컸을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제자들을 배출하며 학생들과 음악을 나눠왔던 남수혜는 이 책에서 여러 음악 이야기들로 우리의 삶을 위로한다. 그녀가 책에서 말하듯, 우리는 ‘느리게 노래하듯이’(‘안단테 칸타빌레’, Andante Cantabile) 천천히 성숙해 가며 결국 자기 자신의 빠르기를 찾아간다. 『곤란할 땐, 옆집 언니』는 그 오랜 여정을 좀 더 앞서 걸어간 어느 여성의 명랑하고 호쾌한 비망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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